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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친구를 물던 아이가 '같이 놀자'라고 말하기까지|어린이집 교사가 기록한 성장 이야기"

by 밤별T 2026. 6. 26.

AI 친구를 물던 아이가 같이놀자 라고 말하기까지 이미지

"혹시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요?"

하원 상담에서 부모님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오후 4시 20분.

아이들이 하나둘 하원을 시작했습니다.

평소처럼 밝게 교실로 들어오시던 어머니는 저와 눈이 마주치자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연락받고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혔어요."

아이보다 먼저 부모님의 표정을 보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걱정, 미안함, 불안함.

그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부모님을 상담실로 안내했습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놀이를 계속하고 있었고, 상담실에는 잠시 조용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부모님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혹시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요?"

그 질문은 '무는 행동'보다 더 무거웠습니다.


부모님이 듣고 싶은 답보다 먼저 드리는 이야기

저는 바로 "괜찮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문제입니다."라고 단정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오늘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차례대로 설명합니다.

"오늘은 자동차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장난감을 함께 사용하려고 했고요."

"○○는 장난감을 놓지 않았습니다."

"계속 말없이 버티다가 결국 친구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오후에는 같은 상황에서 '나 먼저'라고 말하려고 했습니다."

부모님은 잠시 놀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그런 모습도 있었나요?"

사실 많은 부모님은 '문 행동'만 전달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사는 하루를 봅니다.

갈등이 시작된 순간도 보고,

행동도 보고,

회복되는 과정도 봅니다.


교사가 부모님께 꼭 전하는 한 가지

저는 상담을 하며 거의 빠지지 않고 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친구를 문 행동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가 처음으로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모습도 함께 봤습니다."

부모님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불안했던 얼굴에 안도의 기색이 스쳤습니다.

한 번의 행동만으로 아이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부모님께도 전달된 것입니다.


그때 부모님이 들려주신 집 이야기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집에서도 장난감을 빼앗기면 울기만 해요."

"말은 잘 안 하고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교실에서 보았던 장면이 더 선명하게 이해되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갑자기 생긴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집에서도 같은 감정이 있었지만, 표현하는 방식만 달랐던 것입니다.

교실은 그 감정이 또래 관계 속에서 조금 더 크게 드러난 장소였습니다.


부모와 교사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상담이 끝날 무렵 저는 부모님께 한 가지를 부탁드렸습니다.

"집에서도 '왜 물었어?'보다 '속상했구나.'를 먼저 말해 주세요."

그리고 장난감을 가지고 역할놀이를 해 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인형 두 개를 놓고,

"나 먼저."

"기다려."

"같이 놀자."

이 세 문장만 반복해도 충분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부모님은 메모를 하며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상담은 교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며칠 뒤 어머니께서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어제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나 먼저.'라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웃음이 났습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만 배우지 않습니다.

집에서도 배우고,

어린이집에서도 배우고,

그 두 공간이 이어질 때 가장 큰 변화가 시작됩니다.


교사의 상담 노트

부모는 '문 행동' 하나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음.

그러나 교사는 갈등의 시작부터 회복 과정까지 모두 설명해야 부모의 불안이 줄어듦.

행동 자체보다 변화의 가능성을 함께 전달하는 상담이 중요함.


그날 상담을 마치며

상담실을 나서던 어머니는 처음과 다른 표정이었습니다.

환하게 웃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가벼워진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교실에서 놀고 있던 아이에게 다가가 꼭 안아주며 말했습니다.

"오늘도 많이 배우고 왔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무슨 뜻인지 모른 채 웃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부모님이 안아준 것은 실수한 아이가 아니라, 배우고 있는 아이였다는 것을.


같은 자동차, 같은 친구.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도 울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그렇게 빠르게 흘렀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특별히 그 아이만 지켜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갈등을 경험합니다.

장난감을 양보하기도 하고,

먼저 하고 싶어 다투기도 하고,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속상해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놀이만큼 중요한 배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조금 더 자세히 보았습니다.

'다음에도 같은 상황이 생기면 이 아이는 어떻게 할까?'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열흘 뒤, 같은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오전 자유놀이 시간이었습니다.

우연일까요.

이번에도 같은 자동차였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친구였습니다.

저는 멀리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자동차를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순간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습니다.

'이번에는 어떨까.'

아이도 자동차를 꼭 잡았습니다.

잠깐 정적이 흘렀습니다.

예전 같으면 바로 행동이 먼저 나왔을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아이는 친구를 바라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 먼저."

딱 세 글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세 글자가 교실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친구는 자동차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응."

그날은 아무도 울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물지 않았습니다.

교사는 개입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사실 부모님은 이 장면을 모릅니다.

부모님은 대부분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사고는 들으십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변화는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날이면 꼭 말씀드립니다.

"오늘 ○○가 정말 멋진 모습을 보여줬어요."

부모님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으십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저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오늘도 같은 갈등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친구를 물지 않고 '나 먼저.'라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들은 부모님의 얼굴이 천천히 밝아졌습니다.

"정말요?"

그 한마디에는 안도감과 기쁨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교사가 가장 기뻤던 순간은 따로 있었습니다.

며칠 뒤였습니다.

자동차 놀이를 하던 아이가 스스로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같이 하자."

친구는 웃으며 옆에 앉았습니다.

두 아이는 자동차를 번갈아 움직이며 놀이를 이어갔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도와줄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매일 자라고 있구나.'

성장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습니다.

오늘은 "나 먼저."

내일은 "같이 하자."

그 짧은 말들이 쌓여 아이는 관계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있었습니다.

어느 날 새로운 친구가 자동차를 가져가려고 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가장 먼저 불안해했을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동차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 하고 줄게."

저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아이를 바라봤습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오던 아이였습니다.

이제는 행동보다 말이 먼저 나오고 있었습니다.

교사는 이런 변화를 숫자로 기록할 수 없습니다.

관찰일지 한 줄로도 다 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교실에서는 이런 순간이 가장 큰 성장입니다.


부모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이가 친구를 한 번 물었다는 사실은 오래 기억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 하루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교실에서 아이들은 매일 실수합니다.

친구를 밀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이 사과하고,

다시 손을 내밀고,

함께 웃으며 놀이를 이어갑니다.

교사는 그 모든 과정을 봅니다.

그래서 한 번의 행동보다 반복되는 변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교사의 기록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는 또래와의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던 모습에서 점차 언어로 표현하려는 모습을 보임.

친구와 놀이를 이어가기 위해 "나 먼저.", "같이 하자.", "다 하고 줄게."와 같은 표현을 스스로 사용하는 빈도가 증가함.

갈등 이후에도 또래와 다시 놀이를 이어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타남.


그날 퇴근길에 저는 문득 처음 전화를 걸었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부모님의 떨리던 목소리.

그리고 지금.

아이는 친구와 함께 웃으며 자동차를 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아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실수한 하루'가 아니라, '달라진 여러 날'이라는 것을요.


다음 편 예고

친구를 무는 아이는 모두 같은 이유일까요?

지금까지는 한 아이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교실에는 서로 다른 이유로 친구를 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 장난감을 지키려는 아이
  • 좋아하는 친구를 무는 아이
  • 피곤한 날만 무는 아이
  • 새 학기에만 무는 아이
  •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오는 아이
  • 감각 자극을 강하게 느끼는 아이

실제 교실에서 만났던 다양한 사례를 통해, 겉으로는 같은 행동이라도 원인은 얼마나 다른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