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죄송합니다." 부모님은 아이보다 먼저 사과하셨습니다.
오전 11시 40분.
점심 준비를 마치고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늘 ○○가 친구를 한 번 물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들려온 첫마디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많은 부모님은 아이보다 먼저 사과합니다.
혹시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로 보이지는 않았을까.
친구 부모님은 얼마나 속상했을까.
선생님께도 큰 피해를 준 건 아닐까.
수년 동안 어린이집에서 부모 상담을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바로 이 한마디였습니다.
"집에서는 안 그러는데요…"
그 말에는 미안함도, 걱정도, 당황스러움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부모님의 사과를 들을 때마다 같은 생각을 합니다.
'아직은 이 아이를 공격적인 아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교실에서 교사는 '문 행동'보다 그 행동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먼저 보기 때문입니다.
오전 9시 48분, 교실에서 있었던 일
그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아침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유놀이를 시작했고, 교실 곳곳에서는 블록을 쌓는 아이,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 퍼즐을 맞추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창가 쪽 자동차 놀이 영역에서는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아 도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자동차를 주고받으며 즐겁게 놀았습니다.
"부릉부릉!"
"여기 주차장이야."
"내가 경찰차 할게."
놀이는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몇 분 뒤, 새 자동차 한 대를 꺼낸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두 아이의 손이 동시에 같은 자동차를 향했습니다.
한 아이는 먼저 잡았습니다.
다른 아이도 놓지 않았습니다.
자동차는 두 아이 손 사이에서 팽팽하게 흔들렸습니다.
저는 바로 달려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들의 얼굴을 먼저 바라봤습니다.
한 아이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고,
다른 아이는 계속 자동차를 당기고 있었습니다.
이런 순간은 교실에서 자주 생깁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같이 쓰자."
"기다려."
"내 차례야."
라고 말하며 갈등을 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직 말보다 행동이 익숙한 아이에게는 그 몇 마디조차 쉽지 않습니다.
몇 초의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으앙!"
짧은 울음소리와 함께 한 아이가 친구의 팔을 물었습니다.
교실이 조용해졌습니다.
자동차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주변에서 놀던 아이들도 하나둘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 순간 많은 사람은 '문 아이'만 봅니다.
하지만 교사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저는 먼저 문 아이의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아이의 표정에는 화난 얼굴이 없었습니다.
이겼다는 표정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이는 자신도 놀란 듯 친구와 자신의 입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저는 확신했습니다.
이 아이는 친구를 다치게 하려고 문 것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그 짧은 몇 초 안에도 아이의 눈에는 수많은 감정이 지나갑니다.
'빼앗기기 싫었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어.'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건가?'
아이는 말하지 않았지만, 표정은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제야 아이 곁으로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첫마디는 "왜 물었어?"가 아니었습니다.
교사는 왜 혼내기보다 먼저 관찰했을까?
"○○야."
아이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습니다.
친구를 문 아이는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고개는 숙여져 있었고, 손은 여전히 자동차를 꼭 쥐고 있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친구를 달래는 교사의 목소리가 들렸고, 다른 아이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순간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합니다.
"안 돼!"
"왜 친구를 물었어!"
"혼나야겠네."
물론 친구를 무는 행동은 분명히 멈춰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먼저 다른 것을 확인합니다.
'이 아이는 지금 자기 행동을 이해하고 있을까?'
교실에서는 행동보다 표정을 먼저 봅니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잘하지 못합니다.
특히 만 1세부터 만 3세 아이들은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날 아이의 표정은 화난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친구를 이겼다는 표정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당황한 얼굴이었습니다.
입술을 깨물고 있었고,
눈은 친구와 교사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내가 뭘 한 거지?"
라는 얼굴이었습니다.
그 표정을 본 순간 저는 확신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큰 꾸중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감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제가 처음 건넨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았습니다.
눈높이를 맞췄습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말했습니다.
"자동차 계속 가지고 놀고 싶었구나."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동차를 더 세게 끌어안았습니다.
그 모습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대답은 이미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다시 물었습니다.
"친구가 가져가려고 해서 속상했어?"
이번에는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아이가 표현한 것은 '공격성'이 아니라 방법을 몰랐던 마음이었습니다.
교사는 '왜'를 찾는 사람입니다
부모님들은 종종 이렇게 물으십니다.
"우리 아이가 원래 공격적인 성격인가요?"
하지만 교실에서는 그렇게 쉽게 결론 내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무는 행동'도 이유는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아이는 장난감을 지키려고 물고,
어떤 아이는 너무 반가워서 친구를 꼭 안다가 물기도 합니다.
또 어떤 아이는 피곤한 날에만 그런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언어 표현이 아직 서툴러 입보다 행동이 먼저 나오는 아이도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같아도, 아이의 마음은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교사는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만큼이나 그 행동이 나온 이유를 찾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울고 있는 친구에게도 같은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문 아이와 이야기를 마친 뒤 저는 울고 있는 친구에게 갔습니다.
친구는 팔을 붙잡은 채 계속 울고 있었습니다.
"많이 놀랐지?"
"아팠겠다."
아이를 안아주며 천천히 등을 토닥였습니다.
잠시 후 울음이 조금 잦아들자 물었습니다.
"많이 놀랐어?"
아이는 울면서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교실에서는 이 순간도 중요합니다.
문 아이에게만 집중하면, 상처를 받은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아이 모두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갈등을 해결하는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두 아이를 다시 만나게 합니다
잠시 시간을 둔 뒤 두 아이를 다시 가까이 앉혔습니다.
억지로 "미안해."를 시키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자동차를 가운데 두고 말했습니다.
"우리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문 아이가 자동차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 먼저..."
저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래. 그렇게 말해주면 친구도 알 수 있지."
친구도 자동차를 바라보다가 말했습니다.
"기다릴게."
짧은 대화였지만, 아이들은 이미 하나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무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더 잘 통한다는 경험을요.
그날 부모님은 '문 행동'만 들으셨습니다
하원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부모님께서는 긴장된 얼굴로 교실 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설명드렸습니다.
"친구를 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장난감을 빼앗길까 봐 많이 불안해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같은 상황에서 '나 먼저'라고 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부모님은 잠시 말이 없으셨습니다.
이윽고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집에서도 장난감을 빼앗기면 울기만 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늘 교실에서 본 장면과 집에서의 모습이 하나로 이어졌습니다.
교사가 남긴 오늘의 기록
오늘 ○○는 친구를 무는 행동을 보였음.
그러나 행동 이전에 장난감을 지키려는 불안한 모습이 관찰되었음.
교사의 언어 지원 후 "나 먼저"라는 표현을 시도하였으며, 오후 놀이에서는 같은 상황에서도 무는 행동 없이 놀이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음.
지속적인 언어 표현 지원과 또래 간 갈등 해결 경험을 제공할 계획임.
그리고 저는 그날 관찰일지를 쓰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아이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문 행동'이 아니라, 처음으로 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던 그 짧은 한마디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하원 상담, 부모는 울고 교사는 설명했습니다"를 중심으로, 실제 상담실에서 오갔던 대화와 부모가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 그리고 교사와 부모가 같은 방향으로 아이를 도울 수 있었던 과정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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