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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친구를 무는 아이, 혼내기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어린이집 교사가 부모님께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

by 밤별T 2026. 6. 26.

AI 혼내기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미지

"혼내기보다 먼저 이해해 주세요."

집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하원 상담을 마치고 부모님을 배웅하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집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혹시 차 안에서

"왜 친구를 물었어?"

"그러면 안 된다고 했잖아."

라는 말부터 시작되지는 않을까.

아이도 부모님도 하루 종일 힘들었던 날이라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기보다 속상한 마음이 먼저 앞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부모님께 늘 같은 부탁을 드립니다.

오늘만큼은 아이를 심문하기보다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왜 그랬어?"보다 먼저 들려주었으면 하는 말

아이는 아직 자신의 감정을 길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몰라."

"그냥."

"싫었어."

짧은 대답만 돌아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수록 부모님의 말이 아이의 마음을 대신 표현해 주면 좋습니다.

"친구가 자동차를 가져가려고 해서 속상했구나."

"계속 가지고 놀고 싶었구나."

"기다리는 게 어려웠구나."

이렇게 감정을 먼저 읽어주면 아이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감정을 이해받은 아이는 그다음에야 새로운 방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됩니다.


집에서도 교실처럼 연습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교구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한 대,

인형 두 개,

블록 몇 개면 충분합니다.

엄마가 친구 역할을 해보세요.

장난감을 함께 잡으며 말합니다.

"나도 하고 싶어."

이때 아이가 장난감을 꼭 쥔다면 바로 정답을 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천천히 말해 보세요.

"이럴 때는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아이가 망설이면 부모가 먼저 모델이 되어 줍니다.

"나 먼저."

"다 하고 줄게."

"같이 쓰자."

이런 짧은 문장을 놀이 속에서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실제 상황에서 사용할 말을 하나씩 배우게 됩니다.


절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님께서 속상한 마음에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너는 왜 그렇게 나쁜 행동을 했어?"

"친구가 너랑 안 놀아줄 거야."

"또 그러면 어린이집 못 가."

부모님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아이에게 행동보다 자신이 나쁜 아이라는 느낌을 남길 수 있습니다.

교정해야 하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행동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는 편을 권합니다.

"친구를 무는 행동은 안 돼."

"하지만 엄마는 네 마음을 같이 생각해 볼게."

행동은 분명하게 알려주되, 아이의 존재까지 부정하지 않는 말이 아이를 더 크게 성장시킵니다.


교사가 부모님께 가장 많이 부탁드리는 한 가지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서도 이어서 이야기해 주세요.

"오늘 선생님이 '나 먼저.'라고 말해 보자고 했지?"

"우리도 한번 연습해 볼까?"

이렇게 어린이집과 집이 같은 언어를 사용할 때 아이는 훨씬 빨리 익힙니다.

반대로 어린이집에서는 한 가지를 배우고, 집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면 아이는 혼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를 가장 빠르게 변화시키는 것은 특별한 교육법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함께하는 어른들입니다.


그리고 부모님도 자신을 너무 탓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를 물었다는 연락을 받으면 많은 부모님이 먼저 자신을 탓합니다.

'내가 잘못 키웠나.'

'집에서 부족했던 걸까.'

하지만 한 번의 행동으로 부모의 양육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수없이 실수합니다.

갈등도 배우고,

양보도 배우고,

사과도 배웁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도 함께 배우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아이가 친구를 물었다면, 그 하루만 기억하지 말고 그다음에 아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함께 바라봐 주세요.


교사가 믿는 것은 아이의 가능성입니다

수년 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친구를 자주 물던 아이도 있었고,

장난감을 절대 양보하지 않던 아이도 있었으며,

작은 갈등에도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아이들은 놀라울 만큼 달라져 있었습니다.

친구의 손을 잡고 웃으며 뛰어다니고,

먼저 "같이 놀자."라고 말하고,

동생을 다정하게 챙기는 모습을 볼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같은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힘으로 성장하는 존재라는 것을요.


에필로그

제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아이

교사가 되면서 많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첫 등원부터 하루 종일 울던 아이.

친구 앞에만 서면 말없이 뒤로 숨던 아이.

장난감을 양보하지 못해 매일 갈등을 겪던 아이.

그리고 친구를 자주 물었던 아이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의 얼굴은 조금씩 희미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장면들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습니다.

친구를 문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의 작은 변화들입니다.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햇살이 따뜻했던 오전 자유놀이 시간이었습니다.

자동차 놀이를 하던 그 아이 앞에 새로운 친구가 다가왔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자동차를 품에 안고 잔뜩 긴장했을 것입니다.

저도 모르게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잠시 자동차를 바라보던 아이가 친구를 향해 웃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같이 하자."

친구도 환하게 웃었습니다.

둘은 자동차를 번갈아 밀며 한참을 놀았습니다.

그날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칭찬도,

설명도,

조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은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퇴근길에 문득 처음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던 날이 떠올랐습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떨리는 목소리.

혹시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던 부모님의 얼굴.

그날의 불안은 시간이 지나 작은 웃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아이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실수한 하루가 아니라, 달라진 수많은 하루라는 것을.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실수하지 않는 곳이 아닙니다.

실수해도 다시 배우는 곳입니다.

친구를 밀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과하고,

더 많이 다시 손을 내밉니다.

저는 그 모든 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볼 때마다 늘 같은 마음을 품게 됩니다.

"오늘의 모습이 이 아이의 전부는 아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마음이 무거운 부모님이 계시다면 꼭 한 가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친구를 물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들으셨더라도,

그 한 문장만으로 아이를 판단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아이는 지금도 배우고 있습니다.

화가 났을 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친구와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

미안한 마음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매일 조금씩 익혀 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배움의 속도는 아이마다 다를 뿐, 멈춰 있는 아이는 거의 없습니다.


교사는 아이가 친구를 문 날보다,

친구에게 먼저 장난감을 건네던 날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부모도 오늘의 실수보다 내일의 변화를 함께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믿어주는 만큼 자랍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괜찮아."라는 한마디보다,

"엄마도, 아빠도, 선생님도 함께 연습해 보자."

라는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친구를 무는 아이'를 설명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친구를 무는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아이의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기 위해 쓴 이야기입니다.

교실에서 만난 수많은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울고, 화내고, 실수했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기다려 주고, 다시 해볼 기회를 주었을 때 아이들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아이들의 실수를 성장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아이가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같이 놀자."라고 말하는 날을 기다립니다.

그 한마디는 교사에게도, 부모에게도 가장 큰 선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