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아이의 끊임없는 “왜?”에 교사는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요? 과학적 호기심부터 친구관계, 공정성, 죽음처럼 답하기 어려운 질문까지 어린이집에서 만나는 질문을 교사의 시선으로 살펴봅니다.

오늘도 질문 하나가 날아옵니다.
“선생님, 구름은 왜 따라와요?”
대답하려는 순간 옆에서 하나 더 옵니다.
“근데 비행기는 왜 안 떨어져요?”
그리고 뒤에서 결정타.
“근데 선생님은 왜 어른이에요?”
잠깐만.
하나씩.
만 5세 교실에서는 아이들의 질문이 놀이와 생활 곳곳에서 튀어나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모두 똑같은 ‘왜?’가 아닙니다.
정말 원리가 궁금해서 묻기도 하고,
친구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 묻기도 하고,
자신이 경험한 일을 확인하려고 묻기도 합니다.
때로는 어른도 한 문장으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답을 잘하는 방법보다 아이의 질문을 잘 듣는 방법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교사의 작은 질문 수첩을 펼쳐보겠습니다.
질문수첩 01
“선생님, 구름은 왜 우리를 따라와요?”
산책을 나갔습니다.
아이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선생님, 구름이 계속 따라와.”
잠시 뒤 묻습니다.
“왜 따라와?”
이럴 때 교사의 머릿속에서는 본능적으로 검색창이 열립니다.
구름의 이동은….
바람의 방향은….
원근감은….
그런데 꼭 처음부터 완벽한 과학 설명을 해야 할까요?
먼저 되물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따라오는 것처럼 보였어?”
“응!”
“그럼 우리가 저쪽으로 가도 따라오는지 한번 볼까?”
질문 하나가 산책 중 작은 탐구가 됩니다.
아이와 방향을 바꿔 걸어보고,
멈춰서 바라보고,
다른 장소에서도 확인해 봅니다.
질문에 바로 정답을 주지 않았더니 질문이 놀이가 되었습니다.

질문수첩 02
“비행기는 무거운데 왜 안 떨어져요?”
이건 원리가 궁금한 질문입니다.
그렇다고 교사가 모든 원리를 정확하게 외우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모른다면 말해도 됩니다.
“선생님도 정확히 어떻게 나는지 더 찾아보고 싶어.”
그리고 함께 방법을 생각합니다.
책에서 찾아볼까?
그림을 볼까?
종이비행기를 만들어볼까?
멀리 날아가는 것과 금방 떨어지는 것을 비교해 볼까?
아이의 질문을 교사가 즉시 종료시키지 않으면 다음 놀이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내일 교실에 종이와 여러 재료가 등장할 이유가 생긴 겁니다.

질문수첩 03
“왜 쟤가 먼저 해요?”
이번에는 과학책을 펼쳐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미끄럼틀 앞입니다.
친구가 먼저 올라갑니다.
아이가 묻습니다.
“왜 쟤가 먼저 해?”
겉으로는 이유를 묻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른 마음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도 먼저 하고 싶은데.
왜 나는 기다려야 하지?
이게 공평한 거야?
그래서
“친구가 먼저 왔으니까.”
라는 사실만 알려주는 것으로 끝내기보다 아이가 무엇 때문에 묻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도 빨리 하고 싶었구나.”
그리고 현재 상황을 함께 봅니다.
“△△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네. ○○이는 그다음이야.”
질문 속에 숨어 있던 마음과 규칙을 함께 다뤄주는 것입니다.
질문수첩 04
“왜 나는 안 돼요?”
아이에게 꽤 중요한 질문입니다.
“왜 나는 더 못 해?”
“왜 지금 정리해야 해?”
“왜 나는 저거 못 써?”
이 질문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선생님이 안 된다고 했잖아.”
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규칙의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복도에서는 뛰면 안 돼.”
에서 끝나는 것과
“복도에는 다른 친구들도 지나가니까 부딪힐 수 있어. 여기서는 걸어가자.”
라고 알려주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아이에게 규칙은 어른이 내리는 명령만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기 위해 이유가 있는 약속으로 경험될 수 있습니다.
질문수첩 05
“남자는 분홍색 하면 안 돼요?”
순간 교실이 조용해지는 질문도 있습니다.
“누가 그래?”
라고 바로 되묻기보다 아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먼저 들어볼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
“형이 남자는 분홍색 안 된다고 했어.”
이제 질문의 출발점이 보입니다.
교사는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더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어떻게 생각해?”
친구들에게도 물어볼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색은 남자랑 여자가 정해져 있을까?”
아이들의 생각이 쏟아집니다.
“나는 파란색!”
“나는 분홍색!”
“우리 아빠도 분홍색 옷 있는데?”
작은 질문 하나가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질문수첩 06
“사람은 죽으면 어디 가요?”
이번에는 교사도 쉽게 답하지 못합니다.
죽음,
가족,
종교,
몸,
탄생처럼 가정의 가치관과 연결될 수 있는 질문에는 특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당황해서
“그런 건 생각하지 마.”
라고 질문 자체를 닫아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먼저 아이가 왜 궁금해졌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게 궁금해졌구나. 무슨 생각을 하다가 궁금했어?”
최근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했을 수도 있고,
동화책을 읽다 궁금해졌을 수도 있고,
가족의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질문의 배경을 알게 되면 교사가 어디까지 이야기할지도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모든 질문에는 즉석 정답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질문수첩 07
“선생님은 왜 몰라요?”
드디어 왔습니다.
교사의 자존심을 슬쩍 건드리는 질문.
아이에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정말 모릅니다.
“음….”
잠시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그건 선생님도 잘 모르겠어.”
아이의 눈이 커집니다.
선생님도 모르는 게 있다니.
하지만 바로 이어봅니다.
“우리 어떻게 알아볼까?”
이 한마디로 상황이 달라집니다.
교사가 모든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되고 아이가 답을 받아가는 관계에서,
교사와 아이가 함께 알아가는 관계가 됩니다.
아이가 “왜?”라고 물을 때 피하고 싶은 세 가지
1.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정답부터 말하기
정답이 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번 교사가 바로 설명하면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꺼내볼 기회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가끔은
“○○이는 왜 그런 것 같아?”
라고 먼저 물어보세요.
2. 모든 질문을 학습시간으로 만들기
아이가
“개미는 어디 가?”
라고 물었습니다.
그 순간 개미의 생태와 사회구조를 설명하는 17분짜리 즉석 강의가 시작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의 관심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보면서 필요한 만큼 함께 탐색하면 됩니다.
3.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기
이건 교사에게도 꽤 중요한 기술입니다.
“선생님도 잘 모르겠어.”
말해도 됩니다.
대신 거기서 끝내지 않습니다.
“어떻게 알아볼까?”
책,
사진,
관찰,
실험,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기.
모르는 순간이 탐구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질문을 기록하면 놀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의 질문을 잠깐 메모해 보세요.
월요일.
“공룡은 왜 없어졌어요?”
화요일.
“공룡 뼈는 어디 있어요?”
수요일.
“우리 동네에도 공룡이 살았어요?”
목요일.
“공룡 발자국은 어떻게 돌이 됐어요?”
이 정도면 교사가 다음 주제망을 고민하기 전에 아이가 이미 방향을 알려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책을 제공할 수도 있고,
화석 사진을 살펴볼 수도 있고,
점토에 발자국을 찍어볼 수도 있고,
공룡박물관 경험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은 아이가 지금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꽤 좋은 단서입니다.

관찰일지에도 “왜?”를 남겨보세요
질문을 단순히
○○이가 교사에게 공룡에 대해 질문함.
이라고 기록하면 조금 아쉽습니다.
장면을 남겨봅니다.
○○이가 공룡 그림책에서 화석 사진을 바라보다 “선생님, 공룡은 없어졌는데 뼈는 왜 있어요?”라고 묻는다. 교사가 “○○이는 왜 뼈가 남아 있다고 생각해?”라고 묻자 사진을 다시 바라보며 “땅속에 있어서 안 없어졌나?”라고 말한다.
이렇게 기록하면 단순히 질문을 많이 하는 아이가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경험을 이용해 이유를 추측해 보는 모습까지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왜?”에 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교사는 하루에도 수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그중에는 바로 알려줘야 하는 것도 있고,
함께 찾아보면 좋은 것도 있고,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면 재미있는 것도 있고,
가정의 가치관을 고려해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왜?”
라고 물을 때마다 교사의 머릿속에서 백과사전을 펼칠 필요는 없습니다.
가끔은 정답보다 좋은 대답이 있습니다.
“○○이는 어떻게 생각해?”
“우리 한번 해볼까?”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그리고 때로는,
“선생님도 모르겠어. 같이 찾아보자.”
아이의 질문은 답을 받는 순간 끝날 수도 있지만,
잘 받아준 질문 하나는
다음 질문이 되고,
놀이가 되고,
관찰이 되고,
탐구가 됩니다.
그래서 만 5세 교실에서 교사가 모아야 할 것은 정답 목록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늘 아이들이 던져놓고 간
작고 엉뚱하고 반짝이는 질문들.
그 안에 내일의 놀이가 숨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공식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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